부산은 올들어 유례없는 크루즈 특수를 누릴 것으로 예상된다.

부산항에 입항하는 해외 크루즈가 100회를 돌파하고, 관광객 수도 사상 최대인 19만 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산이 진정한 '크루즈 메카'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가야할 길이 멀다는 평가다.

출발항 아닌 현재 상태론 경제적 파급효과 미미

24시간 운영되는 공항 선상 카지노 허용 등 규제 철폐·지원책 시급

기항지 관광 만족도도 인천·제주보다 낮아, 투어 종류 다양화해야

■척박한 크루즈 산업 토대

전문가들은 부산항이 크루즈 중심항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지금처럼 단순 기항지에 머물러서는 안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크루즈 선사의 출발항(모항)이 되어야만 진정한 경제적 파급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크루즈 모항이 되면 기항지와 비교할 수 없는 효과를 누린다. 선박 당 최소 1천 명 이상되는 크루즈 승객들이 배를 타기 위해 모항으로 집결해 숙박업소와 음식점 등이 수혜를 입는다. 또 유류, 각종 선박용품, 식재료 등도 모항에서 구매하기 때문에 관련 산업이 발전할 수 있다. 부산항만공사(BPA)가 세계 유수 크루즈 선사를 부산항으로 유치하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크루즈 선사들이 모항으로 선택하기 위해서 제일 먼저 고려하는 것이 자체 크루즈 수요다. 기본적인 수요가 많아야 상품을 만들고 모객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아시아 크루즈 시장의 주도권이 중국으로 넘어간 이유도 여기에 있다.

중국이 급속한 경제 성장을 바탕으로 크루즈 시장에서 큰 손으로 등장하면서 상하이가 크루즈 모항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실제, 2010년 국내 크루즈 입국객 10명 중 7명 정도가 영어권 여행객(68.4%)이었지만 2012년에는 이미 전체의 절반 정도(45.9%)를 중국인 여행객이 차지했다.

반면 한국의 크루즈 시장은 비참한 실정이다.

지난해 2만8천t급 '클럽 하모니호'로 부산과 일본(후쿠오카, 벳푸, 나가사키)을 오가던 국내 최초의 국적 크루즈선사인 하모니크루즈는 모객에 어려움을 겪다가 취항 2년만인 지난 1월 말부터 운항을 중단한 상태다.

부산과 일본 오사카를 오가는 팬스타크루즈도 한때 국제 크루즈를 표방하고 영업을 했지만 현재는 일부 배를 처분하고 여객과 화물 영업, 주말 항내 크루즈에 치중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주요 항구를 오가는 대형 연안크루즈는 아예 전무한 실정이다.

부산발전연구원 최도석 선임연구위원은 "국제크루즈의 출발항이 필수적으로 갖춰야 할 24시간 운영 공항 등 연계 교통망 부족과 법적 규제가 과다한 것이 문제다"면서 "국적 크루즈의 선상 카지노 허용, 면세유 확대 등 규제 철폐와 과감한 지원책 없이는 부산이 출발항이 되기는 요원하다"고 지적했다.


■2% 부족한 기항지 관광

현재 부산의 크루즈 산업의 파급 효과는 대부분 기항지 관광에서 얻고 있다. 그러나 해외 크루즈 관광객들의 부산에 대한 만족도는 인천, 제주, 여수 등 국내 주요 기항지 중 하위권에 속한다.

한국관광공사가 올해 초 발표한 '2012년 외래 크루즈 관광객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부산의 기항지 관광 만족도는 4.38점(5점 만점)으로 인천(4.41점), 제주(4.40점) 보다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재방문 의향도 3.80점에 그쳐 제주(4.03점), 여수(3.87점)에 이어 3위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크루즈 여행객들의 지갑을 열게 만들 쇼핑 환경에 대한 불만도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크루즈 여행객들은 면세점, 백화점 등 천편 일률적인 쇼핑 환경에 대해 느끼는 불만(12.6%)이 의사소통 불편(23.7%) 다음으로 높게 나타났다.

이로 인해 공식 기항지 투어 프로그램을 외면하는 여행객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40대 이하 젊은 층은 범어사, 자갈치 시장, 용두산공원, 용궁사 등 '볼거리' 위주로 제한된 관광 프로그램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일부이긴 하지만 아예 부산을 제치고 경주나 양산 등 인근 도시로 빠져 나가는 여행객들도 제법 있다는 것이 여행사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기항지 관광의 매력이 떨어지자 아예 하선하지 않는 승객도 20% 안팎에 달하고 있다.

모 크루즈 선사 관계자는 "해외의 경우 다양한 기항지 프로그램이 운영되는 데 반해 아직 초기 단계인 부산 크루즈 시장은 투어 종류도 제한적이며 일부 투어는 면세점이나 쇼핑센터에 집중돼 있다"고 꼬집었다.

한 인바운드 여행사 관계자는 "부산은 아직까지 크루즈 전문 여행사가 거의 없어 상품 개발이 쉽지 않다"면서 "여행사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랜드마크라고 할 만한 매력적인 관광지 개발이 안된 것도 문제다"고 말했다.

박진국 기자 gook72@busan.com